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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680 호 네이버 2019 루키 단편선 - 지옥캠프 'Be my baby'의 곤지작가를 만나다.

  • 작성일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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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635
송수연

각박한 현실이지만 제 만화를 볼 때만이라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곤지작가(만화애니메이션 · 3)

네이버 루키 단편선 - 지옥캠프 'Be my baby'


우리가 일상에서 쉽고 가볍게 접하고 있는 웹툰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부이거나 꿈이 될 수 있다. 긍정적인 성격을 그림에 녹여 많은 독자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나눔’하고 있는 ‘곤지 작가’ 고은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에서 만화를 전공하고 있는 17학번 고은지입니다. 필명 ‘곤지’는 중학교 때부터 불렸던 별명인데, 제 이름 ‘고은지’를 줄인 말입니다. 생각해놓은 필명이 없기도 했고 친근한 느낌이 들어 ‘곤지’로 정했고 일단은 계속 쓸 예정입니다.



● 네이버 웹툰에 등재된 소감은 어떠신가요?

네이버에서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지옥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자신의 작품들을 제출하고 100명 정도 선발을 한 후 지옥캠프 때 그릴 작품을 생각해서 콘티를 내고 10박 11일 동안 합숙하며 그 안에서 단편만화 한 편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전시를 통해 좋은 작품들을 선발해 네이버 웹툰에 올리는 방식입니다. 짧은 기간에 만화를 완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완성을 한 것만으로도 뿌듯했습니다. 

안 뽑혀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탈고하고 나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연락을 받고 얼떨떨하면서 기뻤습니다. 무엇보다 애니였던 전공을 교수님과의 상담 후 만화로 옮기고 ‘만화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는데, 네이버 웹툰에 등재된 것이 기회가 되어 앞으로의 창작활동에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 웹툰 ‘Be my baby’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원 로맨스 코미디 장르이고,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 소미가 ‘우진’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을 유쾌하게 표현한 만화입니다. 좋아하는 원더걸스의 노래 ‘be my baby’라는 제목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 제목에 맞는 만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고, 제목에 맞춰 스토리를 생각하다 로맨스 장르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지켜주는 흔한 클리셰를 역발상 해서 만들었습니다. 




● ‘Be my baby’ 작가의 말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있었는데 회사 측에서 깜빡했거나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작가의 말은 ‘우진아 내 맘도 알아줘’였습니다. 재미를 의도하고 넣었는데 안 들어가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말이 없으니까 마지막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독자들이 댓글로 많은 상상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독자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 같아 다른 의미로 좋았습니다.



● 웹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놨다가 이와 관련된 자료조사를 합니다. 이 작품이 이미 있는지 없는지 혹은 더 덧붙일만한 게 있는지를 생각해서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짭니다. 그다음에는 글 콘티를 먼저 쓰고 나서 그림 콘티로 옮기는 경우도 있고 글 콘티를 생략하고 바로 그림 콘티를 쓸 수도 있습니다. 작가마다 다른데, 저는 글을 간략하게 쓰고 바로 그림으로 콘티를 짭니다. 그림 콘티가 수정하고 퇴고하는 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립니다. 그림 콘티를 짠 뒤에는 그림의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에 들어가고, 텍스트라던가 효과음 보정이 다 끝나고 난 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수정한 뒤 완성됩니다. 그림 콘티를 짤 때, 중간중간 지인이나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 웹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진로에 대해 별생각은 없었지만 그림은 많이 그렸었는데, 그걸 보고 친구가 같이 예고에 진학하자고 해서 고등학교를 예술고등학교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해서 회사 취업을 목표로 대학에서 2년 동안 애니를 했었지만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게 뭘까 고민을 하다가 예고 다닐 때 공모전을 나가기 위해 단편만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재밌고 뿌듯했던 기억이 생각나서 웹툰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 학교와 과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이 도움이 되었나요?

듣는 수업들이 대부분 웹툰 제작과 관련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들을 배우고, 대체적으로 많이 그릴 수 있는 실습 위주의 수업과 과제들이 많아서 도움이 됩니다.



●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은데, 그거 말고는 딱히 힘들다고는 안 느낍니다. 다만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웹툰은 연재가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니까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웹툰만이 가지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보는 데 부담이 없고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댓글을 통해서 작가와 독자가 소통할 수 있다는 점과 장르가 세분화되어있고 다양해서 취향에 맞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악플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대처법이 있나요?

자기 전에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계속 보다 보면 약간 내성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안 보는 게 제일 좋지만 또 궁금하니까 보게 됩니다. 어떤 작가는 자기 작품에 계속 악플을 달던 사람 이름으로 악역을 만들던데, 저도 나중에 해보고 싶습니다. 



● 웹툰 시장이 유료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찬성합니다. 유료 시스템은 독자나 작가 양쪽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올바른 문화 소비가 이루어져야 창작자의 활동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문화 소비를 올바르게 하면 시민의식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수익 배분 문제인데, 기업들은 물론 블랙 기업 쪽에서도 정당한 수입 배분이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그리고 싶은 작품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판타지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요즘 장르는 융합이 많이 되기 때문에 현대 로맨스 판타지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건 아니지만 겨울방학 때 소설을 웹툰 화 하는 작업을 할 것 같습니다. 한다면 휴학을 하고 웹툰을 연재하다가 완결이 나면 복학해서 졸업작품을 하고, 그 뒤로는 만화를 만드는 요령이 생겼을 테니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제 웹툰이 애니화되는 게 꿈입니다.



●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재밌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각박한 현실에서 사람들이 제 만화를 볼 때만이라도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과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도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웹툰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고 웹툰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말도 많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재밌으면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말처럼, 레드오션라는 말에 너무 좌절하지 말고 멋진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를 믿지 못해 교수님들께 너무 의지를 했고 많이 우왕좌왕했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학우님들이 어떤 길을 가더라도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송수연. 방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