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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80 호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은 유니클로 광고 논란

  • 작성일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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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863
윤소영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은 유니클로 광고 논란

의도한 듯한 ‘위안부’ 조롱 광고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가 제작한 광고가 논란이다. 광고는 ‘후리스’(플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것으로 백발의 98세 여성과 14세 소녀가 패션 컬렉터와 디자이너 역할로 등장한다. 소녀가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질문하자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 한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답한다. 하지만 한국 광고에서 해당 대사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되었다. 이로 인해 일제 강점기 시절인 80년 전을 굳이 표기한 것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빗대어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본 네티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과거부터 유니클로는 크고 작은 논란이 많았다. 그 사례로는 지난 8월 ‘혐한 작가 티셔츠’를 국내 온라인몰에 판매, 2016년 유니클로는 공식 홈페이지 매장 안내 지도에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 지난 7월 패스트 리테일링의 오자키 다케시 CFO는 지난 7월 11일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그간 많이 지적되어왔다.
  이는 당연하게 한국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본사와의 논의 중’과 같은 핑계로 얼버무리고, 유니클로 일본 본사가 사과한 적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번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 또한 광고는 내렸지만 공식 사과 입장 발표는 없었다. 이에 덧붙여 일본 네티즌들은 “왜 이것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삐딱한 해석이다”라는 여론이 거세다.



‘위안부’ 모독 논란에 의한 국내 여론


  유니클로가 사과나 적극적인 해명 없이 광고 중단만으로 논란을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에 또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의도가 없었다”라는 유니클로의 해명에도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대학생겨레하나와 평화나비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디 타워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80년 전의 것은 잊었다’라는 내용이 한국어 자막에만 들어갔다. 위안부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1937년 12월부터다. 1939년이면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자 문제 등이 있었던 시기”라며 “광고에 ‘잊어버렸다’라는 말까지 붙여서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 등의) 고통을 사실상 잊었다는 내용으로 조롱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그런 광고”라고 유니클로 측을 비판했다.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힘써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80년’이란 부분이 논란인데 1939년은 일본이 ‘국가 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 징용을 본격화한 시기”라며 “이건 의도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광고다. 유니클로가 선을 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의 네티즌은 “유니클로 꼭 사야겠니. 위안부 모독이다”라며 올린 트위터 글은 리트윗(공유) 수 2만 2000여 회를 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영상이 올라온 미국·일본 유니클로 유튜브 채널엔 한국어로 “한국에서만 일제 강점기 때인 ‘80년 전’이라는 자막을 삽입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항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작년 대비 급감한 유니클로 매출액


  이전의 불매운동과는 다르게 지금의 불매운동은 불씨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에 따른 결과는 유니클로의 판매량 지표만 보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올 9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6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정확히 8월 위안부 광고 논란 이후의 즉각적인 지표로 많은 한국인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합세했음을 의미한다. 강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KB 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9월 유니클로 매출액은 91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75억 원가량 판매한 지난해 9월 대비 67% 급감한 수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황 속에서 대학생으로서 혹은 한국 국민으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일까? 아마 이번 유니클로 사태를 포함해서 한일 양국의 정치적 경제적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그 속에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시민 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지리상으로도 가장 가까운 나라인 만큼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하는 관계임 또한 분명할 것이다.
  실제,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 몰에서의 판매량은 오프라인에 비해 많이 줄지 않았다. 최근에는 겨울철 대표 상품인 히트텍 판매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몰에서 구매를 선호하는 ‘샤이 유니클로’ 소비자가 히트텍 2+1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기업의 망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일본 측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이유는 관성적 요인이 클 것이다. 특히 유니클로 소비자들은 유니클로의 잦은 이벤트와 낮은 가격에 만족하여 불매운동 이후에도 여전히 유니클로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물론 제품의 편리성을 고려해 이를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자유이지만, 소비가 역사적,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김경관 기자  서고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