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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679 호 끊이지 않는 대학가 … 성 문제 해결책은 어디에

  • 작성일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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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043
한아름


# 성희롱과 2차 가해에 따른 피해


 3년 전부터 뉴스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교 내 성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삼육대학교 교수가 성희롱 발언으로 뉴스의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국립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다. 교수들은 성희롱 발언 및 막말을 하여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수업 시간에 필요한 말이었을 뿐이다.”라며 학생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교수들이 일으킨 성 문제에 대해서 해당 학교들은 ‘정직 3개월’이란 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학생들은 “정직 3개월은 징계가 아닌 방학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학내 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은 자퇴나 휴학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이름 및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사건이 공론화될 경우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피해 당사자에게 진위 여부를 묻거나 피해자의 행실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퍼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과 나아가 정신적 내상을 입을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 문제의 본질보다는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감별한다. 피해자의 옷차림새, 표정, 행동에 따라 ‘피해자다움’을 설정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위 여부를 묻거나 피해자의 행실에 대한 소문을 낸다. 이렇게 ‘피해자답다’라는 뿌리 깊은 통념 때문에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 이후에 가족이나 주변의 반응, 경찰·검찰·법원에서의 경험 등을 통해 때로는 사건 그 자체보다 더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 제도 및 기관의 부실


 현재 성 문제에 관련된 범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과 제도는 피해자보다는 범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무부에서 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를 보면 성폭력범죄를 강간, 유사강간, 강제 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미수범, 강간 살인 치사로 정의하고 있다. 또,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전자장치 부착명령의 청구) 5항에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 그 습벽이 인정된 경우 검사는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즉, 위와 같은 범죄를 2회 이상 저질러야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내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교육부는 각 학교에 학생들을 위한 성평등센터 및 인권센터를 개소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하지만 학내 센터에 대해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학내 성 문제 사건에 대한) 최종 징계위 결정에서 법인과 총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해 유명무실한 기관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학내에 센터와 같은 기관이 설치되어있어도 윗선의 권력형 제재 및 수사 종료를 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교육부가 발표한 ‘2018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 고충 상담업무 외 타 업무를 수행하는 비율은 일반대학 88.3%, 전문대학 99.2%에 달핸다. 이를 통해서 학내 센터장의 전문성 결여와 상담직원의 숙련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속은 성평등센터지만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교직원 교육, 인사, 행정 업무 등에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간판만 ‘성평등센터’일 뿐, 근무하는 센터장과 직원이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에서 발표한 2018 대학 내 성평등 기구 설치 현황









 




▲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에서 발표한 

                                                            2018 대학 내 성평등 기구 설치 현황



 이처럼 학내 성 문제 범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여전히 허점이 많고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위의 사례 이외에도 학교 내 수사와 제재가 늦어져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거나 끊임없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있다. 피해자의 상처와 비례하지 않는 ‘징계’라는 명목하에 가해자에게 처벌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이 아닌 학생들이 보기에도 타당하지 않은 징계가 과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비권력적인 학내 수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엄유진 ˙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