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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 1 호 "과학이 이길 겁니다."-우리가 접종할 백신들

  • 작성일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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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혁

화이자의 광고 (출처: Reuters)

임지혁 명예기자 (201710846@sangmyung.kr)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후 1년이 되었을 시점, 미국 뉴욕에는 이런 문구의 광고가 붙어있었다. 마침내 그들의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낸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것이다. 

전 세계적인 치명적인 질병인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의 제약사들은 그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와 백신 모두 절실하지만 그중에서도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것은 백신 쪽이다. 치료제는 코로나 19 환자를 대상으로만 유의미하지만 백신은 아직 코로나 19를 경험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는 이미 코로나19를 경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유의미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단순히 코로나19에 감염된다는 것만으로도 보건당국의 관리, 격리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백신은 치료제보다 더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경제적인 수단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21년 01월 기준으로 양질의 백신을 다량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얀센의 백신이 확보되었으며 일부는 국내에서 생산되기도 하여서 국민의 다수가 연내에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양질'의 백신을 '다량' 확보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저질의 백신은 그 효과도 높지 않을뿐더러 백신의 운반체로써 사용되는 '아데노 바이러스'를 무분별히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내성으로 인해 추후 다른 백신을 개발할 때 난점이 생길 수 있다.

지난 2020년의 독감 백신 접종 이래 한국에는 백신에 대한 다양한 오해와 편파적인 해석이 퍼져나갔다. 때문에 'P백신은 저온을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백신이다'라거나 '효과가 낮은 A백신은 맞지 않겠다'라는 반응은 예사이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소위 '백신포비아'들이 드물지만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말 그런 것일까? 우리의 정부가 선택한 백신은 몇몇 사람들의 말대로 최악의 선택이었던 것일까? 도대체 우리들의 백신은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가?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 (사진 출처: osce.org)

본론에 앞서, 한국에 도입될 5종류의 백신은 모두 코로나19바이러스의 표피를 구성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한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바이러스의 표피에 위치한 돌기 부분으로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백신은 크게 두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우선 코로나19의 핵심 정보가 아닌 외관 정보만을 담고 있으므로 우리의 인체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으면서도 이에 대한 면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이다. 다음으로 스파이크 단백질 그 자체가 코로나19의 특징이므로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하더라도 기존의 백신으로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설령 변이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심각하게 변형되었다고 하더라도 변형된 단백질 정보를 대신 백신에 주입하는 식으로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보편적인 백신, 1000만 명.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사람에게 무해한 '아데노 바이러스'에 코로나19의 표피를 구성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삽입하는 원리로 개발되었다. 백신의 접종으로 아데노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면 사람은 이에 대해 면역을 가지게 되고, 이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백신은 지난 2020년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을 통해 실증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2/3상의 임상 결과 백신을 접종한 6,307명 중 51명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297명 중 14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서 64.1%의 백신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90%를 넘어서는 수치에 비하면 낮아 보이지만 일반적인 독감 백신과 유사한 정도의 수치이고, 특히나 백신을 맞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10명의 코로나19 중증환자가 발생한 반면 백신을 접종한 투약군에서는 중증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비용을 낮추는데 충분히 공헌할 수 있는 백신인 셈이다. 부작용도 임상시험을 진행한 7만여 명의 인원들 가운데 1명만이 백신과 유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충분히 유용하면서도 이윤이 거의 없어 대량으로 유통 가능한,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백신이다. 이미 2020년 12월 기준 미국, EU, 일본 등 12개의 국가에서 18억 5,000만 도즈를 주문했으며, 특히 미국의 경우 백신 접종량의 50%를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으로 상정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도 7600만명 분의 백신 중 1000만명 분의 백신이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얀센: 숨겨진 영웅?, 600만 명.


얀센의 백신은 전반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지만 사용되는 아데노 바이러스의 종류에 차이가 있다. 얀센의 백신이 이용하는 Ad26 바이러스는 이미 태국인의 약 절반 가량의 사람들에게 면역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10~20%의 미국인들도 이미 면역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운반체인 아데노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없으므로 백신의 효과는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얀센의 백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과 오직 한 번만 접종하는 것을 기준으로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노숙인들은 동선을 추적하기 어려우므로 2회에 거쳐서 체계적으로 접종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러한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에 대해 얀센의 백신은 분명히 유용하며 절실하다.



화이자, 그리고 모더나: 혁신적인 백신, 3000만 명 이상.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mRNA라는 신기술을 이용하는 백신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보호물질에 담아 인체에 주입하면 세포는 mRNA를 기반으로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을 만든다. 이후 세포가 단백질 조각을 세포의 표면으로 전시하면 면역세포는 이를 감지하여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즉 면역계는, 우리의 신체가 실제로 감염되지 않았으며 당연히 코로나 증상도 나타나지 않지만, 코로나19에 실제로 감염된 듯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신체는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구조를 지닌 화이자와 모더나의 3상 실험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0년 전 경험했던 신종플루(A/H1N1) 백신의 국내 백신효과가 78.3%, 일반적인 독감 백신효과도 60~70%이지만 두 종의 새로운 코로나 백신은 90%를 넘는 백신효과를 기록했다. 더욱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코로나 중증환자에 대해서도 모더나의 투약군에서는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아예 나타나지 않았으며 화이자 투약군에서도 오직 1명만이 중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혁신적인 백신은 3000만 명분, 나아가 백신 관련 국가 연합체인 COVAX Facility를 통해서도 추가로 도입되어서 한국의 집단면역을 이루는 가장 주요한 백신이 될 예정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우려가 있다. 하나는 백신의 수송에 -20°C~-70°C 수준의 극저온이 필요해 수송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기술이니만큼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기우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극저온 수송의 경우 러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와 같이 국토가 넓어 전국적인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면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력과 교통, 의료 기반시설이 발달하면서도 냉동 운송 설비를 개발할 역량이 있는 국내에 있어서는 큰 고려사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초 운송 시에만 극저온이 필요한 것으로서, 사용을 위해 희석한 경우에는 그보다 높은 온도로도 보관이 가능하다. 신기술이니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 미국에서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반박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2월 21일부터 1월 12일까지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은 4,041,396명의 사람 중 10명에게 급성 알러지 반응이 감지되었으며, 그 중 9명은 알레르기 병력이 있고 그 중에서도 5명은 기존의 백신으로 급성 알러지 반응을 경험한 적 있다고 한다. 즉, 400만 명 가운데 새롭게 모더나의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사람은 1명이었다는 것이다. 



노바백스: 전통적인 백신, 2000만 명.


mRNA라는 최첨단의 기술이 사용된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은 물론이고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의 백신 또한 작년에야 처음으로 도입된 최신 방식의 백신이다. 반면 노바백스의 백신은 그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의 면역증강제와 펩타이드를 이용한 백신이다. 펩타이드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과 구조를 가진 나노입자를 이용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노바백스는 지난 1월 29일 자사 백신의 효과가 89%라고 발표했으며 중화항체의 생성 비율은 코로나19 감염자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매우 효과적인 백신 반응을 보였다.



우리들이 할 일들


한국은 유능하면서도 기능적인 여러 종류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로 이제는 접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백신의 접종을 앞두고 있더라도, 혹은 백신을 이미 접종받았더라도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늦추고 그 치명률을 낮추어줄 수는 있지만 우리의 몸을 온전히 코로나19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 독감 백신을 맞았더라도 독감에 걸릴 수 있듯이 코로나 백신을 맞더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전 국민적인 백신 접종이 시행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종교계의 대면행사를 자제해야 하고, 사모임 또한 자제해야만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다음번 겨울이 지나가면 봄바람이 마스크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우리들의 코를 간질여줄 것이고 그 후에는 마스크 없는 상쾌한 봄바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보라, 좋은 날씨다!’.

국내 백신 접종 계획 (자료 출처: 질병청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