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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상

[시 심사평]

  • 작성일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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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233
송수연

최미숙 교수 (국어교육과)


 올해 응모작들의 시 창작 경향은 분명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가 많았다. 사랑, 우정, 아르바이트, 가족 등은 우리 청춘이 항상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다. 그런데 올해 특징적인 것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 비대면 생활의 정서 등을 표현한 작품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강타하는 코로나19는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시 곳곳에 표현되어 있었다.


 당선작으로는 <데스크에서>를 선정했다. 이 시에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몸도 마음도 건조한” 시적 화자 ‘나’는 힘든 가운데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 시대 청춘이자, 동시에 불투명한 미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청춘의 모습이다. 감동 없는 조언을 건네는 기성세대 ‘교수님’의 목소리를 삽입한 것은 시의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니꼬와 하면서도 인스타그램 대신 뉴스를 클릭하는 나”가 과연 몇 십년 후 맞이하게 될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삼개월 후에 골프장이 무너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어도 여전히 시적 화자 ‘나’의 주머니에는 골프공이 함께 하고 있다. 공의 파편이 손가락을 따끔 찌르면서. 시적 여운이 길게 남는 표현이다.


 가작 <나를 만드는 것>에서 우리는 힘든 세상을 강인하게 견인하면서 살아가는 시적 화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에게 ‘철문’과 ‘높은 담벼락’은 ‘시련’이고 ‘고통’이다. “철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 “높은 담벼락을 넘을수 없”다는 것은 시련과 고통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련과 고통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밑거름으로 삼아 강하게 성장한다. 자칫 뻔한 내용을 담은 시가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을 반전시킨 것은 이 시 특유의 역설적 표현일 것이다. 


 입선 <너를 사랑할 때도>는 우리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고 있다. 화자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아주 짧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진 않았다”, “묻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 사이에 숨어 있는 간극은 아무래도 독자가 채워야 할 것 같다. 생략 어법이 전하는 긴 여운이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