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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0 호 [교수칼럼] 신입생에게 들려주는 개구리 이야기

  • 작성일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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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525
이해람

    국어교육과 최홍원 교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신입생에게 난데없이 개구리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니시작부터 낯설고 의아할 수 있다힘들고 고단한 입시를 끝내고 대학에 들어선 신입생들그리고 24절기 가운데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그 사이에 개구리가 있다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신입생에게 개구리는 몇 가지 당부의 말을 꺼내기에 알맞은 대상인 것이다.


개구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다연령대에 따라 개구리를 잡고 놀았던 추억을 지닌 이가 있는가 하면실물보다는 만화 속 캐릭터가 더 친숙한 이들도 있다독특한 외모와 울음소리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저주로 인해 개구리로 변했다는 설화가 서양 곳곳에 펴져 있고그림형제의 개구리 왕자는 이 같은 사유가 만들어 낸 대표적인 작품이 된다.


먼저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오지만물을 서서히 데우게 되면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져도 변화를 모르다가 결국 죽게 된다는 실험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물론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와 다른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흔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로 비유되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은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놓치게 되면 결국 화를 당하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대학생활의 낭만에만 빠져서 천천히 끓고 있는 물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둘째바깥 세상의 형편도 제대로 모르면서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가리켜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여기서 개구리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대표적인 상징인 셈이다그런데 󰡔장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서 정작 개구리의 상대역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개구리에게 넓은 바깥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는 바로 동해의 거북이다천리의 거리천리의 높이로도 크기와 깊이를 형용하기 어려운 곳이 바다라고 한다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줄어들지도 늘어나지도 않는 곳그곳이 바로 바다인 것이다이 이야기는 좁은 우물 안에 갇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그리고 좁은 우물을 박차고 넓고 넓은 바다를 향해 힘찬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다음으로 우리 고전으로 옮겨가면 개구리는 또 다른 화두를 던져준다오늘날 개구리는 불법 포획이 금지될 만큼 보호해야 할 대상이지만이전에는 잠 못 들게 하는 소음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잠을 깨우고 잠을 못 들게 했던 만큼 옛 사람들이 개구리 울음소리에 반감을 드러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도 이러한 개구리 울음소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깨닫게 된 사연도 여러 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조의 측근이었던 장유(張維)는 시끄러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서 그것이 제 본성대로 우는 것임을그리고 그 울음이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포착해 낸다나아가 인간이야말로 보고 듣고 먹기에 즐거운 사물은 마음껏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없애려 드는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큰개구리라는 생각에 이른다김수항(金壽恒또한 마찬가지였다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자연의 법칙에 따른 것이라면인간이야말로 하늘이 부여한 자연스러운 삶을 거부하고 온갖 가식과 허위로 뒤덮여 있는 존재인 것이다이들은 모두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통해 인간과 사물의 관점을 동시에 취해야 함을 들려준다그리고 나의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을 일깨운다.


이옥(李沃)은 이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떼를 지어 모이면 소리가 나는 만큼개구리 울음소리가 시끄러운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그런데 찬찬히 다가가서 하나하나 들어보면 한 마리가 내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는 각각의 사연이 있고 감정도 배어 있다고 한다개구리 울음소리를 뭉뚱그려 소음으로 들을 것이 아니라그 사연과 감정을 읽어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여기서 세상의 여러 사람들이 내뱉는 말과 사연을 개구리 울음소리에 빗대고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그렇다면 이들을 뭉뚱그려 소음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그 속에 하나하나의 애환에 귀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여러 소음들로 가득하지만관심과 애정이 더해지면 그 속에서 하나하나의 존재가 내는 특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개구리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와 같은 속담처럼개구리는 여러 관용구에 인기있는 대상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그만큼 개구리는 우리 삶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여러 가치와 교훈을 전해주는 대상이 되어 왔다신입생 여러분들에게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앞으로 대학 생활은 여러분에게 쉴 틈없이 끓는 물을 쏟아붓기도 하고여러분을 좁은 우물에서 넓은 바다로 끝없이 밀어내기도 할 것이다이를 단순히 개구리에게 국한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미래를 대비하여 공간을 파괴하라!(stretching space!)’, ‘지식을 재신임하라!(retrust knowledge!)’고 외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주장과도 겹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 생활은 그동안 입시에 매몰되면서 자신만을 향했던 시선을 거둬들이고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폭넓게 바라보고 다르게 접근할 것을 요청한다나의 편견과 아집 대신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 속에서 이전과 다른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뿐만 아니라대학 생활은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하나하나의 삶에 담긴 고민과 사연에 귀 기울이면서 함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경험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기를 희망한다


여러분에게 개구리는 어떤 대상이며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지를 묻는다상명의 가족이 된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하면서 이것으로 그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