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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0 호 [책으로 세상보기] 프랑켄슈타인(1818)

  • 작성일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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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508
이해람

지은이 : 메리 셸리

출판사 : 문학동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생명은 사전적으로‘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이라고 정의된다. 생물은‘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하여 나가는 물체’라고 사전에 나타나있다. 여기서 생명이라는 단어가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전적으로 정의내리지 않고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생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생명은 살아 숨 쉬게 하는 힘이다. 그 주어는 인간과 동물, 식물 모두 해당된다. 그렇다면 메리 셸리의『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의 생명은 과연 아름다울까.


‘생명 존중’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논리였다. 동물은 인간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제공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동물의 생명
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면 인간은 어떨까. 인간생명을존중하는것도‘, 인격’을 가진 생명체에만 해당했다. 그럼 인격을 가진 생명체는 무엇일까. 여기에도 배제된 인간이 매우 많다. 유색인종, 하층민, 노예,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은 해당하지 않는 인간이다. 생명의 범위는 풍선처럼 그 범위가 축소 혹은 확대되기를 반복했다.


이것은 배제와 혐오의 기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생명이하’인사람들, 혹은 ‘생명’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는 까닭은 생명의 범주를 인간이 정
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혐오한다. 『프랑켄슈타인』에서의 괴물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형태로 창조되었고, 어떠한 보호도 없이 홀로 내던져졌다.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정의할 시간과 능력도 부여받지 못한 채 혼자 남겨진 것이다. 과연 괴물이 행한 폭력의 책임을 전적으로 괴물에게 돌릴 수 있을까.『 프랑켄슈타인』에서의 괴물은 자연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생명을 지니고 있다. 괴물은‘생물’일까.


현실로 돌아와서, 인간이 만들어낸 AI은 과연‘생물’일까. 아직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수준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창작물 속의 기술은 점점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예컨대 영화 ‘에이리언’, ‘ 매트릭스’에서 인간을 지배하게 된 AI 들은 감정은 몰라도 사고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생물일까.


생명과학 분야에서 인간의 감정은 호르몬 작용에 불과하며 생명 또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나왔다. 수많은 학자들이 이야기
한 관념론도 그저 과학적 반응에 불과하며 이들의 행위, 생각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인간으로서는 실재하지 않는 과학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생명의 기원, 인간의 창조주가 누구인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기존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 제법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인간도 AI, 괴물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윤리와 도덕 또한 실재하지 않는 것이고 생명이 생명이 아닌 것이 된다면 상대를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래
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생명존중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행위이며, 행위는 학습되어 온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생명이 원리가 위와 같이 밝혀진다면 왜 지켜야하는 지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을 넘길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을 보면서 유기체를 창조하고 생명의 범주를 변화시키는 일이 현실이 되기 전에 사회발전과 인류의 행복을 외치는 과학적 행위에는 인문학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