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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2 호 [편집장의 시선] 자치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 작성일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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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465
이해람

2018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으로 시끄러웠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의 정치적, 재정적 구속력을 문제 삼으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올 겨울 지역신문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인턴기자를 하며 마주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모습은 그들이 과연 ‘자치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지역민들이 구청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자 지자체는 풍물패를 동원하여 방해했다. 그 후 주민간담회에서 구청장의 “당신들이 나를 뽑았다. 4년 후에 알아서 하라”는 말은 취재기자들의 얼굴에 실소를 띠게 만들었다.


구의회 본 회의에서는 거수투표를 진행할 때 찬성과 반대에 동시에 투표한 의원이 있었다. 그리고는 같은 당원끼리 “어디에 거수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지자체의 불통과 무능은 ‘지방분권’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만 남게 만들었다. 자치도 ‘자격’을 갖춘 이들이 맡아야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학생자치도 마찬가지이다. ‘먹고사니즘’에 지친 학생들이 자치에 무관심해졌다는 것은 핑계이며, 자치를 책임진 사람들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다. 학생자치를 이끄는 이들이 과연 ‘자치의 자격’을 가졌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9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고 학생자치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학생복지팀과의 간담회가 열려 학생자치기구와 학교의 소통이 시작되었고, 대의원회에서 학생회비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으며 학생자치기구별 회칙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생자치의 길은 멀고도 험한 듯 하다. 학교에서의 질문은 말라버렸다. 몇몇 학생자치기구의 간담회, 수많은 대의원이 참여한 총회에서 질문은 ‘가뭄 상태’와 다름없었다. 정말 학교는 아무런 문제없이 완벽할까. 질문 없이 침묵을 고수하는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간담회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었다. 몇몇 학생자치기구는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제시했을 공약들에 대한 사전지식과 정보가 매우 부족했다.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토론은 의미가 없다. 간담회 역시 학생복지팀의 “안 된다” 혹은 “구체적인 자료와 방안을 준비해오라”는 말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한 채 흘러갔다. 4월에 있을 총장 간담회까지 이렇게 진행된다면 학생생활이 과연 변화는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한편 학생과 학교가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의 협상 테이블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와 권력의 불균형은 학생자치가 온전한 형태를 띠지 못하게 만든다. 학생자치기구에서 학생들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려면 학교의 검토가 필요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학교를 설득해야만 한다. 이들이 ‘자치의 자격’을 갖추려면 자체적인 역량강화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모든 자치기구가 구성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기반으로 하듯, 학생자치기구에게 학생들의 관심과 지지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역은 집행부와 의회의 자치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자치’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학교도 자치기구와 학교만의 탁상공론에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생자치’로 변모해야한다.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