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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18 호 이상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상한 사람들"

  • 작성일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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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022
김다엘

▲최인호 / 열림원 / 2006 (출처: yes 24)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로 첫 문장을 시작하며 3명의 이상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이야기에선 집을 얻기 위해 평생을 구걸하며 살아온 사람이 결국 집을 잃고 남은 화자가 그 사람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시대는 동냥이 있고 굴뚝이 존재하는 오래전에서부터 시작하며 재개발의 바람이 부는 현대로까지 이어진다. 그의 부모도 이상하고 본인도 이상하나 이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았을 땐 모든 것이 이상했다. 사람은 죽어서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작은 집을 얻게 된다는데, 그렇다면 첫번째 주인공이 집을 위해 본인의 인생을 내다 버린 것은 이상한 것인가? 어릴 땐 세상이 자기 집이라 생각하며 나무 위에서 자는 것이 좋았으나 아버지마저 죽은 후엔 집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건다. 나는 여기서 사회적인 복지와 노숙인에 대한 인식의 문제보다도 가장 와닿았던 것은 평생 집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이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이 지금 집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상한 이야기 ‘포플러나무’는 어릴 때 높이 뛰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식과 아내를 잃고 무기력해지며 결국 어떤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모두 그를 보고 이상하다고 하였는데 화자가 늙어버린 그에게 높이 뛰기를 계속 권유하였고 그는 높이 뛰다 다리가 부러져버렸다. 그 이후 포플러나무를 심는다. 화자가 이유에 대해 묻고, 늙은 할아버지는 언젠가 계속 높이 뛰기를 연습하면 다시 잘 뛸 수 있을 것이란 말을 하며 무릎보다도 작은 포플러나무 위를 뛰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화자가 다 자라 청년이 되어서 다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할아버지는 굽은 등과 다 빠진 이만 남은 상태였음에도 단번에 높이 자란 나무 위로 뛰어올라 신발만 남기고 사라져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초반의 주인공은 우울하고 지친 사람이었다면 이후의 주인공은 목표만을 바라보며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리가 부러진 사건 이후로 본인의 직접적인 상태를 마주하고 나니 그제야 발전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만약 본인이 막혀있거나 슬럼프가 온 것 같다면 실패나 직접적인 자기 상태 점검을 하여 본인을 돌아보고 작은 목표를 세워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이야기 ‘침묵은 금이다’는 안정적인 직장, 단란한 가정의 아버지인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어느 순간 갑자기 말이 싫어졌다며 온종일 침묵을 유지하는 일이 일어났는데 처음엔 다들 단순한 도전이나 변덕으로 생각했지만, 기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가족들과도 멀어지고 회사에서도 해고당하며 인생이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가족들을 생각하며 다시 말을 하려고 했지만 1년이나 넘게 말을 하지 않은 나머지 정말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부분이다. 주인공은 말뿐인 대화는 진심 어린 대화가 아니라 생각해 침묵을 유지했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으론, 말을 잘해야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허례허식이라도 단순한 인사치레가 모르는 체하는 침묵보다 낫다는 것이다. 말은 신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작가의 말을 보면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다시 바다로 돌아오고, 알에서 깨어난 아기 거북은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여기서 거북이는 집이 있는 존재이며(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알을 낳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본인의 말하는 능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침묵은 금이다) 바다를 향해 도전하는 아기 거북은 역경이 있어도 결국 뛰어넘어 목표에 도달하는 할아버지(포플러나무)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2006년 작품이 지금 나오는 책들과 문장이 지금의 베스트셀러의 문장과 미묘하게 달랐지만 오히려 반가웠다. 세련된 문장도 좋지만, 옛 작가들만의 따뜻하고 투박한 듯 부드러운 문장은 어릴 적 읽었던 교과서의 느낌이 났다. 단편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 날 때 가볍게 읽기에 매우 좋다. 마음의 양식을 주고 사라지는 느낌을 받아 소개하였다.



김다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