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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20 호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작성일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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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616
이채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2020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삼진'에 입사한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는 8년차지만 말단 직원이다. 멋진 대리가 되어 자신이 직접 업무를 기획하고자 하는 큰 꿈을 안고, 이들은 승진을 위한 토익 600점 취득을 목표로 토익반 수업을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영은 삼진의 공장이 위치한 ‘옥주마을'에 방문하게 되고, 시커먼 오물이 파이프에 콸콸 흘러넘치는 것을 보게 된다. 마냥 ‘좋은 회사'라고만 생각했던 삼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걸까? 페놀 방류 문제를 비롯한 비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자영과 의리 있는 계약직 여직원들이 똘똘 뭉쳐 끌어가는 영화는 흥미진진하다 못해 큰 울림을 준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의 ‘두산전자'에서 두 차례에 걸쳐 3월 14일과 4월 22일에 페놀이 유출됐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실제 사건을 소재 삼았다는 점보다 주인공들의 서사에 있다. 매사 꼼꼼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 획기적인 기획력을 가진 여성, 올림피아드에 나갈 정도로 뛰어난 수학 머리를 가진 여성. 세 명의 주인공은 누구보다 대리가 되기에 탁월한 자질을 가졌지만, 인문계가 아닌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고, 유니폼을 착용하고 근무한다. 이는 성차별과 학력차별이 만연했던 대한민국의 과거를 선연히 재연한 것이다.


  과거에는 상업고등학교와 공업고등학교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나라엔 크게 인문계 고등학교와 대비되는 것으로 특성화고등학교가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한 학교인 데 반해, 특성화고는 취업을 더 우선시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이다. 수업 차시 내에서 직업 교육과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는 교육과정이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에 채용되기에는 대학교 졸업장을 딴 이들보다 바늘구멍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4년제 대학교가 아닌 2~3년제 전문제 대학교를 졸업한 이들도 많이 겪는 애로사항이다. 오늘날은, 경제가 부흥했던 예전과는 달리 취업의 문이 더더욱 좁아져, 4년제 대학교를 나왔더라도 이공계 계열이 아니면 대기업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 통념상 굳어진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데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학벌과 학력에 대한 차별이 팽배한 사회가 아닌 개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학력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눈 뜨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이채윤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