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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2 호 불안 속의 자하 고개

  • 작성일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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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037
임지혁

편집장 임지혁 201710846@sangmyung.kr


하루는 신발에 몸을 맡기고는 자하의 언덕을 걸어 오른다. 자동차들은 바로 옆을 스치며 지나가고, 눈앞에 보이는 차도와 인도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급격한 경사길을 오르는 것으로도 숨차지만 오늘도 무사히 등교하기 위해서는 발길을 조심해야만 한다.

하루는 자동차에 몸을 맡기고 자하의 언덕을 오른다. 사람들은 차의 바로 옆을 스치며 지나가고, 차도와 인도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급격한 경사길에서의 안전 운전을 위해서 엔진 브레이크 조작은 필수이다. 

필자는 지난 주말에 학교에 올랐다. 하루는 직접 걸어서, 그리고 다른 하루는 자동차와 함께였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직접 걸어 올라가도, 혹은 차를 타고 올라가도 사람들의 안전은 위협받았다. 그리고 분명히 우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첫 날, 걸어서 올라가면서는 필자의 바로 옆으로 커다란 버스와 자동차들이 지나간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였다. ‘만약 내가 걸어가다 넘어진다면 과연 차에 치이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저 차는 나를 치지 않고 지나갈까?’, 그런 두려움으로 정신을 재촉해야만 했다. 종종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는 곳도 있지만 그마저도 약하디 약한 철제 구조물이 스스로만을 지탱할 뿐이며, 언덕 밑의 새검정 교차로에서 캠퍼스 건물까지 차도를 밟지 않고 걸어가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어떨까? 기본적으로는 오르내리면서 큰 불편함이 없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경차였지만 엑셀을 깊숙히 밟으면 언덕을 오르는 데 문제가 없었고, 엔진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언덕을 내리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평일일 때, 그리고 등교가 다시 시작될 때에 우리 상명대 학우들, 그리고 사범대학 부속 학교들의 학생들이 등/하교한다면 어떠했을까?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는 그 길에서 과연 차를 능숙하게 조작해서 무사히 등교할 수 있을까?


혹자는 학교의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진1] 2021년 마을버스 종로 08번 사고 장면



지난 2021년 5월에는 정류장에 정차했던 서대문 8번 마을버스가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버스 내부에 승객이 있었고, 충돌하였던 카페도 정상 영업 중이었으므로 아찔한 상황이었다. 혹은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비가 오는 날, 혹은 눈이 오는 날에는 언덕길의 버스와 자동차들이 헛바퀴를 굴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의 비율로 중대한 사고, 작은 사고와 사소한 사고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사도 높은 언덕에 학교가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언덕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는 언젠가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오늘 찾아보고자 한다.



차도 인도의 명확한 분리 

현재의 정문 등굣길은 인도와 차도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이다. 예를 들어 제2공학관 방향에서 최대한 인도를 이용해 등교하고자 한다면 부속 초등학교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뒤 경사를 오르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를 피해서 캠퍼스에 진입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의 등굣길은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차도의 좌우 양쪽으로 인도가 비연속적으로 위치하므로 정작 인도 하나의 면적이 협소해지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협소해짐과 동시에 차도와의 구분이 명확해지지 않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언덕을 오르는 방향의 오른쪽, 문구점과 인쇄소 방면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으며 그사이에 자동차가 정차된 현황이다. 만약 인도를 하나로 합치고, 인도를 확충한다면 차도와의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언덕에서의 구간단속

우리 학교의 정문 쪽의 언덕은 어린이보호구역이다. 30km/h로 차량 운행 속도가 제한되며, 실제로 언덕을 내려가는 방향으로 과속 단속 카메라가 위치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속 단속 카메라가 무용지물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언덕을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 카메라 앞, 과속 여부를 판단하는 루프 센서에서만 30km/h의 속도로 감속하는 일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휴일일수록 더더욱 심하다. 

이러한 위험은 구간단속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버스 정류장 부근에, 그리고 언덕이 끝나는 세검정 교차로 부근에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여서 폐색 구간에 대해 평균 30km/h를 초과하는 속도로 주행한다면 단속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간단속을 통해 구간 내 평균 속도를 낮추고, 과속을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의 평탄화

일반적으로 차량이 주차할 때 가장 위험한 곳은 경사진 곳이다. 그래서 운전 교습 시에는 자동 면허는 주차 브레이크를 단단히 체결하여서, 그리고 수동 면허는 여기에 더해 별도의 기어 조작으로 언덕에 주차된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평지에 주차하는 것이다. 상명대학교의 교내 주차장은 모두 안전하고 평탄한 곳에 위치하지만 한 가지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시내버스 7016이나 마을버스 종로 08의 경우 교내 정류장이 종점이므로 학교에 5분가량 정차하게 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5분은 정차와 주차를 구분짓는 시간이기도 하므로 어쩌면 버스 정류장은 늘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류장은 평지가 아니고, 실제로 상술하였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내에서 가장 위험한 주차장인 것이다.

비록 우리들의 캠퍼스를 평탄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조금만 노력한다면, 버스 정류장 만큼은 어쩌면 평탄화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의 부지가 넓지는 않지만 버스가 안전하게 멈춰있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쉽지 않다.’

위의 이야기를 꺼내자 모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비용 문제로나, 혹은 법적인 문제로 어렵다는 논지였다. 그렇지만 하나둘 이야기를 꺼낸다면 어떨까? 학생의 시각에서, 그리고 교수자의 시각에서, 교직원의 시각에서 언덕을 바라보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우리들의 지혜가 모여 새로운 작은 원동력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천천히, 하나둘 진보하면서 언젠가는 마음 편히 언덕을 오를 수 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