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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4 호 예비입대자가 말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작성일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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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준

예비입대자가 말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202110483@sangmyung.kr 정기자 양현준



  20살, 누구에게나 20살은 설렘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저 쓸 곳 없는 플라스틱 카드였던 주민등록증에 의미가 생기고, 이제는 각자 꿈꿔온 목표를 향하여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렇듯 성인이 된 우리는 자유와 희망을 얻음과 동시에 의무와 책임 역시 떠안게 된다. 20살이 되자마자 체감할 수 있는 의무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국방의 의무’이다. 이때부터 병역판정검사를 시작으로 병무청(징집·소집 그 밖에 병무 행정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과의 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누구나 그랬듯 한 번쯤은 막연하게 ‘내가 군대에 갈 시기면 통일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어쩌면 정해진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서 투영된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다가온다. 군입대 시기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도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왜 군대에 가야...아니 왜 끌려가야 되지?”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왜 군대에 가야 할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현재 우리나라는 징병제로 군대를 운영하고 있어서이다. 여기서 징병제란 일정 나이에 도달한 국민이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의무적으로 병역에 종사해야 하는 의무병제에 속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즉,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유사한 완전 징병제인 국가는 이스라엘과 스위스, 콜롬비아가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직업 군인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군대를 유지하는 제도인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시 다른 국가처럼 모병제로 전환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정치적 논의는 꾸준히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는 아직 휴전상태이다. 잠시 전쟁을 쉬어가고 있는 것이기에 북한의 행보에 귀를 기울이고 긴장해야 한다. 국방 기술 진흥연구소가 2022년 12월 9일 발간한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보면, 우리나라의 2021년 국방비 지출은 500억 달러로 전년도에 이어 세계 국방비 지출 10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통해, 국방력 강화를 위해 국방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국방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병력을 줄이는 선택을 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과거와 달리 첨단과학 기술이 군에 도입되고 있기에 적정한 병역자원이 확보될 수 있다면, 병력을 줄이고 모병제로의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징병제임에도 병력확보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실상이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 600명으로 1년 전보다 4.3%, 1만 명 넘게 줄었다. 이는 역대 최저치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즉 –3.4% 감소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한국보다 인구 규모, 군사적 위협, 군 복무 환경, 군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 등 여러 면에서 모병 여건이 좋은 나라에서도 모병은 갈수록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1963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모병제를 도입한 영국은 2019년부터 외국인에게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독일은 통일 이후 20년이 지난 2011년에야 모병제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병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현재 징병제로의 환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군입대는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이다.


  남성 모두가 군대에 가는 것은 아니다.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4급 이내로 판정받아야만 복무대상자로 선정되어 군복무를 하게 된다. 그러나 통계청을 통한 한국의 병역판정검사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복무대상자로 판정된 사람들은 85%에 이른다. 사실상 모두는 아니지만, 높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체의 85%나 되는 사람들 모두가 현역, 즉 군대에 직접적으로 입대하는 것은 아니다. 4급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사회복무요원이란 병역법 제26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따라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사회복지시설에서 노인·장애인 신체활동 지원, 유치원·초·중·고 학교 또는 교육청에 소속된 장애 학생 활동 지원, 생활안전 및 교통업무 지원, 사회서비스업무 및 행정기관 경비지원 분야 외의 복무 분야에서 사무보조ㆍ민원 안내ㆍ상담 등의 업무가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보통 평일 09시~18시까지 근무하며,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구조이다. 여기서 누구나 의구심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사회복무요원이 하는 일이 ‘병역’, 군복무라고 할 수 있을까? 위에서 나열된 업무들은 군사적 성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공무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월급은 60만~80만 원대로 군 사병보다 10만 원 이상 많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모두 제공되는 군인들과 달리 사회복무요원은 집과 일터를 오가며 주거비, 생활비를 모두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되는 1인 가구의 중위소득 60%가 116만 6,887원이다. 2인 가구와 3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각각 195만 6,051원, 251만 6,821원이다. 누가 보아도 사회복무요원의 월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서울과 같이 대도시에서 산다면,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진다. 지난달 서울시에서 계약된 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전용면적 60㎡ 이하)의 평균 월세는 44만 5,000원(보증금 4003만 원)이다. 자취하는 사회복무요원이라면, 월급의 절반 정도를 집세로 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중식비로 지급되는 7,000원도 현재 물가를 고려하면, 합당한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사회복무요원 관리 규정에 따르면, 겸직을 허가할 수 있는 사유는 본인 또는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나 수급권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지원법 지원 대상자이거나 그 밖에 복무기관장이 부득이하게 인정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되어있기에 겸직을 통해 금전적인 여유를 추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누가 보더라도 군사적 성격이 전혀 없는 일들을 징병제라는 틀 안에서 그저 최저임금보다 턱없이 모자란 값싼 임금으로 노동력을 충원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상은 그럴싸한 제도 속에서 자신의 재산 또는 부모님, 배우자의 재산을 갉아먹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는 과연 누굴 위한 제도일까. 병역판정검사 4급이 의미하는 바는 현역으로 군대에 입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굳이 ‘병역의 의무’를 다른 형태로 수행하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저 무작정 개인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비상식적인 행위가 아닐까?


연기자 A(현역 복무자) : “야, 지금 다 물어봐. 형님이 싹 다 알려줄게. 사실 너희도 알겠지만, 나 몸무게 때문에 4급 받았었잖아. 현역으로 갔다 와야 내 성격이 허락할 거 같아서 슈퍼힘찬이 제도를 신청했거든, 그래서 살 빼고 현역으로 입대한 거 아니겠냐.”

연기자 B(친구) : “네 성격 같으면, 군대라도 다녀와야 어디 가서 당당하게 남자라고 이야기하고 다니지.”

연기자 A(현역 복무자) : “어차피 우리 다 군대 가야 하잖아. 그런 거라면 제대로 가고 싶다는 게 내 생각인 거지.”


  병무청이 2021년 11월경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던 ‘친구에게 듣는 군 생활 이야기’라는 제목의 5분짜리 영상 중 일부 대사를 옮긴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슈퍼힘찬이’ 제도는 시력·체력에서 4·5급 판정을 받았지만, 현역 입대를 희망하는 경우, 병원이나 피트니스 클럽, 보건소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문제는 다음 대화에서 발생한다. “네 성격 같으면, 군대라도 다녀와야 어디 가서 당당하게 남자라고 이야기하고 다니지.”라는 부분이 많은 사람에게 뭇매를 맞았다. 일주일 사이 해당 영상에는 5천8백여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일컫고, 병무청은 “본래 취지와 달리 논란이 된 것에 유감이다.”라며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였다. 군인들의 마음과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대변해주어야 할 병무청이 사회복무요원과 현역 입대자를 평등한 시선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현역 입대자가 아닌 사회복무요원은 어디 가서 당당하게 남자라고 이야기할 수 없고, 군부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제대로 병역의 의무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병무청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사회복무요원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그럴싸하게 말로만 포장했을 뿐이지 실상은 모순만 가득한 제도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BTS, 아시아 최초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영화 ‘기생충’을 통해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알린 봉준호 등 분야별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흔히 애국심을 느끼곤 한다. 20대, 갓 성인이 되어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시기에 남자들은 18개월 혹은 21개월가량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된다. 대부분이 나의 조국, 나의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과 애국심이 아닌 군대에 억지로 끌려간다는 억울함과 불만을 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필자는 군대라는 곳이 애국심을 심어주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에 있던 애국심마저 군대라는 제도에 대한 의구심으로 변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군대를 다녀오면, 있던 애국심마저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ㆍ가혹 행위 때문에 사망한 윤 일병 사건, 2023년 강원도 태백의 육군 부대에서 혹한기 훈련 중에 사망한 병사 사건, 군대 부실 급식 사건까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여럿 발생하였다. “군대는 작은 일도 크게, 큰일도 작게 만들 수 있다.”라는 말이 존재하듯, 가장 폐쇄적인 집단인 군대에서의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가 쉽지 않다.


  대한민국헌법 제39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인 군 가산점이나 돈을 의미할까? 물론 직접적인 보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보상과는 별개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병역의무 이행을 더 존중하고 배려하는 군 내부와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군대 내 간부들은 국군장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만약 사건이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면, 발생 원인부터 과정, 결과까지 투명하게 조사하여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또한, 개개인의 사회복무요원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고, 현역 입대자들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대우해야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예비 입대자인 필자가 예비 입대자들에게 말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참고문헌>

김지헌(2022), 작년 국방비 지출 미국·중국·인도 순…한국은 10위 유지, 연합뉴스, 2022. 12. 09., https://www.yna.co.kr/view/AKR20221209048800504

고은상(2022), 지난해 합계출산율 0.81명 또 '역대 최저'‥OECD 꼴찌, MBC뉴스, 2022. 08. 24., https://imnews.imbc.com/news/2022/econo/article/6401211_35687.html

송상현(2022), "월세 내면 절반 날아가"…사회복무요원 월급 최저생계비도 못 미쳐, news1, 2022. 08. 21., https://www.news1.kr/articles/?4776622

최병욱(2022), 대한민국 징병제의 딜레마, 미래한국, 2022. 07. 22.,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588

MBCNEWS, "군대 다녀와야 당당한 남자‥" 논란된 병무청 영상 (2021.11.13./뉴스데스크/MBC), 2021. 11. 15. https://www.youtube.com/watch?v=Dqa808c6Pzs

메인사진 _ https://www.pinterest.co.kr/search/pins/?q=군인%20일러스트&rs=srs&b_id=BBONspI5RIrtAAAAAAAAAADfiP5fz6i5VAXKW0AFst2vW6oUUHp6WSNL7xo9TRmxPct969O_MpENsBwlCN2P_YC3gB6xs71v5EXohjD8Y9sW&source_id=rlp_kwJ3W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