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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 2 호 코로나19와 공정성에 따른 사회갈등

  • 작성일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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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212
이선우

정기자 이선우 fhfgdvd96@naver.com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에 의해 취약한 점을 드러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내제한 분열과 갈등의 균열이었다. 우리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코로나 시대 이전까지 이런 균열은 특정한 사건이 터질 때나 일시적으로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단절되고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사회이면의 갈등이 그간의 갈등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고 계속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우리 주변에 만연해 보여도 그저 느껴질 뿐 이에 대한 원인이나 이면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원인과 그 이면에 대해 알아보자.



세대 차이에 따른 공정의 개념차이


우선 지난 3월 국회국민통합위원회가 전문가집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확인해보자. 이 설문조사에서 약 81%의 전문가가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코로나 시대 이후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 원인은 크게 정치적 원인과 경제적 원인이 지목되었는데 특히 청년층일수록 경제문제를 주원인으로 지목하였다. 이 중 20~40대층은 공통으로 부동산 등 자산불평등 완화와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다만 20,30대 청년층은 60대 고령층과 비슷하게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 및 소득 제고를 더 우선시하였다. 반면 40,50대 중년층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분배를 더 중요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보았을 때 청년층과 중년층 간에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가 저성장사회에 진입하였던 영향이 반영되어있다. 우선 청년층은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입장이기에 고용과 소득증대가 더 중요한 관심사이다. 거기에 저성장 사회에서 청년층은 과거 세대들에 비해 더 치열한 경쟁과 준비를 통해서 취업과 소득을 얻어야 했고 더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해야 했기에 전 세대보다 더욱 고용 및 소득 제고를 우선시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 조사결과에서 저성장사회의 영향 외에도 청년층과 중년층 간에 불일치하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불일치하는 점은 청년층과 중년층 모두 공정함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청년층과 중년층이 원하는 공정함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청년층이 원하는 공정함은 공평한 기회를 의미한다. 부동산과 자본을 소유하여 빨리 은퇴하기를 꿈꾸는 청년층은 자신들도 이를 누릴 기회를 얻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공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중년층이 원하는 공정함은 공평한 대우를 의미한다. 중년층은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며 자신의 노력과 기여에 대한 공평한 대우를 받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공정한 복지 사회를 지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대에 따라 ‘공정함’을 다르게 인식하기에 공정함을 추구하는 방향과 방식 역시 다르고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작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인국공 사태’ 때도 청년층과 중년층 간에 공정함에 대한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책입안자들은 중년층은 청년층이 요구하는 공정함을 공평한 대우로 잘못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층들에게 이는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는 불공정한 행위로 인식되었다. 세대 간에 공정에 대한 인식 차이는 세대 간에 사회갈등으로 나타났고 더 나아가 진보와 보수간에 갈등으로도 확산하였다. 



심화한 갈등의 이면에 놓인 공정성 시비


작년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사회갈등 이슈 진단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서울시민의 갈등 인식과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서울시민의 약 83%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코로나19 이후 더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이 조사에서도 연령대에 따라 심각하게 인식하는 갈등의 종류가 달랐다. 20대는 젠더갈등을 30대는 부동산 정책 갈등을 40대 이상은 진보와 보수 간에 이념적 갈등을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였다. 특히 20대는 연령층 중 가장 높은 비율인 87%가 사회갈등이 심화하였다고 느꼈으며 연령층과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여성측이 더 갈등이 심화하였다고 느겼다. 20대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갈등인 젠더갈등은 성별에 따라 그 원인을 다르게 보았다. 남성의 경우 데이트 비용과 군 복무 등의 이유를, 여성의 경우 성추행과 차별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일차적으로는 젠더갈등이 군 복무 가산점이나 직장 내 차별과 같은 이슈에서 보이듯 남성과 여성모두 서로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느끼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존부터 화자되어 오던 성별 간 불평등이 코로나 시대 이후 20대층의 젠더갈등이 더 심화하였다고 느껴지는 이유로 부합할까?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은 이성간 혐오라는 극단적인 현상을 불러올 정도로 심각하지만그 갈등이 심화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불황에 빠져든 2010년대 중반부터 젠더갈등은 급격히 표면으로 떠올랐다. 표면적으로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등장을 원인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장기적 불황과 능력 위주 사회의 경쟁 심화란 문제가 깔려있었다. 장기적인 불황이 닥치면서 취업시장의 파이는 작아졌고 직업을 얻기 위해 청년층은 더 높은 경쟁률을 통과해야 했다. 그 와중에 서로 성별에 따라 고용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 청년층은 이성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서 우리는 익숙한 공정성 문제가 결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성별과 무관하게 평등한 존재임을 알고 교육받았지만 실제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 만연했으며 이는 점점 경제적 기회를 잃어가던 청년층에게 민감한 문제로 다가왔다. 여기에 코로나19는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 별로 없을 만큼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주었고 자신의 더 적어진 기회마저 빼앗길 수 없다고 생각한 청년층은 공정성, 다시 말해 공평한 기회에 더 민감해졌다. 젠더갈등 역시 공정성 문제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갈등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이 공정성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까? 이 문제는 해결이 가능한 문제일까?



좀 더 공평한 공정함을 생각해보며

우리는 공정하게 평가받기를 원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평가받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기를 원한다. 그렇게 우리는 취업을 하고 승진을 하며 운이 좋으면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가정을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불황이 끝나고 급격한 경제성장이 실현되지 않는 한 취업시장의 파이는 축소될 것이며 청년층의 일부는 자신의 능력을 살리지 못하거나 차별받는 일이 흔하게 일어날 것이다. 결국 능력에 따라 자신이 공정한 평가를 받고 기회를 얻는다 할지라도 누군가는 무능하다는 이유로 소외될 것이다. 본인의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능력차와 그렇지 못한 차이가 있기에 개인의 능력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회에서는 젠더, 이념, 정책갈등이 지금처럼 계속 심화시킬 것이다. 물론 본인의 노력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고 여기에 따른 공정한 평가와 기회를 재공받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가져오는 불평등을 그저 당연하게 여긴다면 우리는 결코 공정성이 불러온 갈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혐오하기만 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 공정함을 내세우는 첫 단계는 공정함의 개념을 서로 공유하고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여 불평등과 차별을 구분하는 것이 아닐까?